창작/글쓰기

역을 따라 걷다 -1 (쌍문역~수유역)

솔tree 2018. 11. 29. 21:40


오늘부터 역을 따라 걸으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머릿속을 씻어내릴 필요가 있다. 마치 샤워를 하듯. 탁 트인 거리를 걸으면 머릿속에 낀 찌꺼기들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쌍문역에서 수유역까지 걷기로 했다.



쌍문역 거리는 평범하다. 뻥 뚫려있는 거리에 좌우로 늘어선 조금 낡은 건물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다.

바로 앞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길래 천원어치를 사먹었다. 중학교 때 다니던 학원 앞에도 붕어빵을 팔았었다.

그 때도 3개에 천원이었는데, 지금도 3개에 천원이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는게 맛있을까, 아니면 꼬리부터 먹는게 맛있을까. 나도 붕어빵을 꽤 많이 먹었지만 어디서부터 먹든지 맛은 비슷했고, 굳이 신경써서 먹을 음식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생각이 난 김에 어디부터 먹는게 맛있는지 비교해보기로 했다. 집중해서 먹으니 알 수 있었다. 머리쪽부터 먹는 편이 더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래도 바로 머리부터 먹으면 뜨거워서 혀가 데어버리지만.




주유소 옆에 버거킹 건물이 붙어 있어 신기했다. 표지판에 드라이브 스루라고 써져 있어, 작은 휴게소 느낌이 났다.






공사중인 건물을 보았다. 거리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나는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빽빽한 전봇대 사이로 얽힌 전깃줄들. 사람 키만한 높이로 줄지어있는 담벼락, 공사중을 나타내는 파란 현수막. 최근 고등학생이 만든 '철거예정'이라는 영상을 보았는데, 그림으로 표현한 거리의 색감이 너무 좋았다. 가사도 마음에 든다. '나는 아직 담담해질 준비도 못다했는데.'










창문으로 내부가 완전히 오픈되어 보이는 가정집을 봐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카페로 쓰이는 건물이었다. 일상에서 신기한 공간을 찾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책장 속에서 새로운 세계로 가는 통로를 발견하듯.


   

<일본에서 판매중인 아이디어 상품>







수유역은 번잡해보이는 거리다. 가게도 많고, 포장마차도 많다. 밤이라 그런지 골목 사이로 숨어있는 술집들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내일은 수유역에서 미아역까지 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