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게임

[리뷰/스포일러 주의] Undertale

솔tree 2016. 8. 23. 20:23


 Undertale (언더테일)

개발자

Toby Fox

 출시일

2015.9.15 

장르 

RPG, 슈팅, 퍼즐 

 홈페이지

http://undertale.com/ 


언더테일은 출시됐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게임인데, 초반부만 플레이하다가 적응하기 힘든 단색의 그래픽 때문에 잠시 그만 둔 적이 있었다(주인공의 피부가 노란색인 데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npc는 괴물이다!). 그러던 중, 언더테일이 티비플과 아프리카TV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는 것을 보고 어떤 이유로 이렇게 인기를 끄는지 궁금해졌고, 최근에 다시 플레이하기로 결심했다.

 

제대로 플레이하기로 마음먹고 언더테일을 다시 해보니 게임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투 시스템, 시나리오, 캐릭터 어느 것 하나 몰입이 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플레이하는 중간 중간마다 놀라움을 느꼈고, 매 순간이 감명깊었다. 몇 안되는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게임'으로 손꼽힐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마치고 몇 가지 감명깊었던 점을 정리해본다.






1.  NPC와 플레이어와의 깊은 상호작용


 이 게임보다 NPC 개개인에 대해 이해시키려는 게임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NPC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이 게임에서 NPC는 플레이어와 그보다 깊은 관계를 맺는, 말하자면 친구와 같은 존재이다.

 토리엘은 주인공을 걱정하면서도 자립심을 시험시키기 위해 잠시 그와 떨어져 기다리고, 샌즈는 플레이하는 중간에 주인공을 술집에 초대해 사담을 나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 바깥에서 NPC를 지켜보는 것이 아닌 게임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릴비에서 샌즈와의 저녁식사. 그들의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다.>






2. 뚜렷한 몬스터들의 개성


 모든 몬스터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이를 플레이어가 느끼기 하기 위해 Toby Fox가 얼마나 많은 결정을 내렸는지 보이는 대목이다. 

 - 대사가 출력될 때 음성과 비슷한 효과음이 나오는데, 이 효과음은 몬스터마다 다르다. 

 - 샌즈와 파피루스는 전용 글씨체가 존재한다.

 - 몬스터마다 특징, 성격을 나타내주는 ACT 버튼과 탄막 패턴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것이 많다.


 언더테일은 대부분이 1대1 전투인 턴제시스템을 차용하고,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ACT버튼으로 몬스터와 싸우지 않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버튼을 통해 몬스터에게 특정한 행동을 할 수 있는데, 몬스터마다 가능한 세부 행동은 모두 다르다. 대부분은 몬스터의 특징에 관련된 행동을 하고, 그에 따라 몬스터가 반응하는 식이다.


몬스터의 개성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일반적인 RPG게임 유저에게 몬스터는 사냥의 대상이었고, 그들은 HP, 전투력, 외형을 제외하고는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느껴졌다. 메이플스토리로 비유하자면 '주황버섯'은 '슬라임'보다 HP가 많고 공격력이 강하며 더 '버섯'같이 생겼다. 하지만 이외에 다른 차이점을 찾아볼 수는 없다. 특히 1대 다수가 싸우는 액션 RPG에서는 한 번의 스킬로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한 번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 때의 몬스터는 경험치 이외의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Tobi Fox는 몬스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며 몬스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고, 각각에 개성을 부여하고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이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누가 봐도 힘쓰는 것을 자랑하길 좋아할 것 같을 몬스터다.>






3. 게임 시스템을 무시하는 NPC.


 세이브와 로드는 RPG게임이라면 반드시 들어가는 요소이고, 유저의 편의를 위한 기능이므로 당연하게도 플레이어만 사용할 수 있었다. 언더테일은 이 시스템을 한번 꼬아서 게임 안으로 집어 넣는 연출을 시도했는데, 전투 중에 몬스터가 세이브/로드를 사용해 전투의 난이도를 어렵게 만든 것이다. 

 물론 게임내의 세이브/로드 시스템을 실제로 이용한 것은 아니고 비슷하게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지만, 상식을 뒤집는 신선한 연출임은 분명하다.

 

<마지막 전투에서 보스는 세이브/로드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4. BGM의 변형, 응용


 언더테일은 분위기에 어울리는 BGM으로도 호평을 받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는 하나의 모티프를 여러 곡에 응용해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연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같은 멜로디를 급박한 상황에서는 강렬하고 빠른 템포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는 느긋하고 조용한 느낌으로 각각 두 개의 곡을 만드는 식이다. 

 연출 사례를 들자면, 게임에서 처음 시작할 때와 엔딩에 도달하는 곳은 둘 다 비슷한 형태의 집이다. 게임의 끝자락에 익숙한 느낌이 드는 집 안으로 들어가니 처음 시작했을 때 들었던 노래가 변주되어 흘러나왔고(감동적이고 벅차오르는 분위기로), 처음 플레이 했을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정의 끝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의 노래를 들으면 추억에 잠기게 된다.>






5. 단막극 같은 에피소드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 지역을 지나며 많은 에피소드들을 겪게 되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한다. 물론 개성있는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연극처럼 보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Toby Fox는 '도가미&도가레사'와의 전투처럼 단순한 몬스터와의 조우도 스윙BGM에 맞춘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스텝과 약간의 대사를 더해 특별한 장면처럼 보이게 했는데, 이러한 세심한 연출 하나하나가 언더테일의 에피소드들, 더 나아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도가미&도가레사. 연극의 한 장면 같다.>






6. 넓은 스펙트럼의 이미지 


  언더테일은 불살 엔딩과 몰살 엔딩의 차이만큼 표현하는 이미지의 스펙트럼도 넓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게임의 한쪽 끝에는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가 있는데,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는 두 개의 분위기를 함께 느낄수 있다. 심지어 시작부터 엔딩까지 양쪽 끝을 몇 번을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 

 아마 홍보영상의 유쾌한 분위기나 도트 그래픽의 아기자기함을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했다면, 플라위와의 오싹한 첫 만남부터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금방 평화롭게 바뀌었다가, 엄숙해졌다가, 장난스러워지고, 다시 오싹해진다. 

 이렇게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주는 효과는 명확하다. 한쪽의 분위기에만 있을 때보다 한쪽에서 반대쪽 분위기로 넘어갔을 때 각각의 분위기는 더 극적으로 변한다. 다시 말해서 가벼운 분위기에서 엄숙한 분위기로 넘어갔을 때 엄숙한 분위기는 원래보다 더 무거워지고, 플레이어에게 더욱 깊고 강렬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토리엘과의 전투가 끝나고 문을 나선 직후의 로고. 전후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